사는 이야기

야심한 밤에..

엄마의취향 2007. 4. 19. 01:26

 

오늘도 도둑고양이 처럼

늦은 시각 내 집을 빠져나가 마트로 향했다.

 

장 보러 다녀 올께요 하면서

늦은 밤에 나가면

팔순이 넘으신 어머니는 절대 이해를

못하시리라 여기면서...

 

빙글빙글 도는 회전의자도 사고 싶었고

고장난 남편의 전기면도기도 사야하고

무엇보다

세끼 밥상차리는 스트레스를 덜 받으려면

찬거리 조달에 신경을 많이 써야한다.

 

거기다가

은근히 쇼핑을 즐기는 내 취미생활도 겸하면서...

 

제일 먼저 빙글빙글 듀오회전의자를 먼저 사고

면도기를 샀다.

남편이 원하던 기종이 있었는데

까 먹어서 그냥 내 맘대로 사고...ㅋㅋㅋ

 

생선과 야채를 사고

이쁜접시도 사고...

포도주 한병도 사고..

 

요새 마트에 가면 혼자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옆지기도 추세에 따라 같이 다녀주는 척 하더니

어느틈엔가 보니 나 혼자 장을 보러 다니고 있다.

 

파장에 맞추어 집으로 돌아오니

내가 나간 그대로 환히 켜진 불빛만이  나를 반긴다.

 

소리나는 현관문을 대신해서

거실 미닫이 문으로 집에 들어왔다.

 

어른과 살면서 합의가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저녁에 외출하는거

술 마시러 나가는거

(특히 술 동무들이 남자라는거~ㅋㅋㅋ)

이 벽을 넘어볼려고 애를 많이 썼지만

좋은게 좋은거려니 하고 내가 물러 앉았다.

 

그동안 내게 넘치는 자유를 준 옆지기가

고맙게 느껴지네.

 

새삼스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