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빈집/기형도

엄마의취향 2007. 5. 1. 23:28

 

(어제 찍은 이웃집 연못의 수련)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춧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힌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