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
고등학교부터 외지에서 다녔으니
내 그늘을 벗어난지는 오래지만
여행준비를 하는 딸아이를 보면서
새삼 엄마의 역할이란 그저 바라보아 주는것이란걸...
28일 두 달 일정으로 여행을 떠나는 아이가
뭔가 요청이 없다.
간간히 준비를 하는 기척은 알고 있지만
뭔가 사소한 것이라도 부탁을 해야
어미노릇도 하지 않는가...
그래도 예를 갖추느라 저녁이나 같이 먹자고
과천으로 갔다.
집 식구들 진지를 차려드리고
조금 늦게 출발했더니
금요일 도로사정은 별로 좋지 않았고...
내 딴에는 늘 먹던게 아닌걸 사 주고 싶어서
베트남 음식점으로 가서
쌈으로 저녁을 먹고 나오는데
먼길을 오셨으니 지가 낸다고...
약간 띵하는 기분이었지만
그것도 뭐~~
다 내가 그동안 투자한 덕분이라 생각하고 얻어 먹었다. ㅎ~~
집으로 올라가니
엄마가 좋아한다고 수박도 한 통을 사 놓고
간식도 준비해 놓았다.
애초의 계획은 늦게라도 내려올려고 갔는데...
내려 간다면 너무 매정한 엄마가 될거 같아서
소파에 앉아 있다가
비실비실 잠에 취해서
본의 아니게 외박을 하고 집으로 내려왔다.
집으로 오는
새벽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늘 누구를 보살피면서 살아온 내게
든든한 바람막이가 생긴 느낌이 들었다.
등어리가 따뜻하게 이불을 덮고 있는 푸근함이랄까?
생긴거나 하는 짓은 영락없이 중학생인데 말이지~~
출국날이 하루하루 다가오니
불안해서 마음이 울적했는데
그 마음을 다 가져가듯이
숙성해진 딸아이의 모습에 약간 감격했다.
그래서
기분이 참 ~좋았다.^^
이렇게 잘 나가다가
인도에서 징징거리고 울면서 전화질이나 하지 않을까?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