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즐거운 편지/황동규

엄마의취향 2007. 8. 14. 18:02

 ( 지인들과 함께 한 겨울여행에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

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

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 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

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

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

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