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 나누기
저녁 식사 후
잠시 딸과의 통화를 끝내고 주방으로 오니
어머니가 설거지를 하신다.
기겁을 했다.
내가 바쁜것도 아니고 통화를 하느라 잠시 늦어졌는데...
어머니가 물러나시면서 하시는 말씀.
나도 설거지 시켜 줘~~
나도 깨끗이 할께~~그러신다~~ㅎ~
깨끗하기로 말하자면 우리 어머니를 따라 갈 사람이 없는데
어머니가 그런 말씀을 하시니
조금 의외였다.
"아휴~~~
그런게 아니라~~요
며느리가 펑 펑 놀고 있는데 어머니가 설겆이 하시면
제가 몸둘바를 모르잖아요~
아까 제 고무신도 깨끗이 닦아 주시고 느~~은~~~"
약간 비음을 섞어서 그런게 아니라고 말씀을 드리면서
"제가 외출하고 없을때는 어머니가 해 주세요~~"하고 잊지않고 토를 달았다. 헤~~
"그래 나도 설거지 좀 하게 놀러도 나가고 그래라~~"시며
내 귀가 번쩍 뜨이는 발언도 하셨다.
하루가 멀다하고 들락날락 거리며
장도 보고
영화도 보고
모임도 가고
집 식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어서 그렇지 나름 잘 돌아다니고 있는데도
어머님의 놀러도 가라는 그 말씀에 감개무량.
점점 더 며느리화 되어가시는 어머니.
간 혹 부리는 며느리 심술에도 모른 척 말씀이 없으시고
힘 없는 자의 몸사림이 아니라
마음이 편해 보이셔서 듣기가 좋았다.
결국 티걱태걱 일어나는 문제는 내 마음에 있슴을 안다.
늘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고부간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는 옆지기의 작전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슴이 증명되는 것이기도 하다.
걱정 근심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마는
내 등에 실려있는 그리 녹녹치 않는 삶의 무게가
편치 않았던 연휴의 첫날이었는데
마음에 널려 있었던 젖은 빨래를
어머니가 뽀숑히 말려주시는 기분좋은 저녁 시간이다.
요 마음 오래토록~~~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