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역할 나누기

엄마의취향 2007. 9. 22. 22:02

저녁 식사 후

잠시 딸과의 통화를 끝내고 주방으로 오니

어머니가 설거지를 하신다.

 

기겁을 했다.

내가 바쁜것도 아니고 통화를 하느라 잠시 늦어졌는데...

 

어머니가 물러나시면서 하시는 말씀.

나도 설거지 시켜 줘~~

나도 깨끗이 할께~~그러신다~~ㅎ~

 

깨끗하기로 말하자면 우리 어머니를 따라 갈 사람이 없는데

어머니가 그런 말씀을 하시니

조금 의외였다.

 

"아휴~~~

그런게 아니라~~요

며느리가 펑 펑 놀고 있는데 어머니가 설겆이 하시면

제가 몸둘바를 모르잖아요~

아까 제 고무신도 깨끗이 닦아 주시고 느~~은~~~"

 

약간 비음을 섞어서  그런게 아니라고 말씀을 드리면서

"제가 외출하고 없을때는 어머니가 해 주세요~~"하고 잊지않고 토를 달았다. 헤~~

 

"그래 나도 설거지 좀 하게 놀러도 나가고 그래라~~"시며

내 귀가 번쩍 뜨이는 발언도 하셨다.

 

하루가 멀다하고 들락날락 거리며

장도 보고

영화도 보고

모임도 가고

집 식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어서 그렇지 나름 잘 돌아다니고 있는데도

어머님의 놀러도 가라는 그 말씀에 감개무량.

 

점점 더 며느리화 되어가시는 어머니.

간 혹 부리는 며느리 심술에도 모른 척 말씀이 없으시고

힘 없는 자의 몸사림이 아니라

마음이 편해 보이셔서 듣기가 좋았다.

 

결국 티걱태걱 일어나는 문제는 내 마음에 있슴을 안다.

늘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고부간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는 옆지기의 작전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슴이 증명되는 것이기도 하다.

 

걱정 근심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마는

내 등에 실려있는 그리 녹녹치 않는 삶의 무게가

편치  않았던 연휴의 첫날이었는데

마음에 널려 있었던 젖은 빨래를

어머니가 뽀숑히 말려주시는 기분좋은 저녁 시간이다.

 

요 마음 오래토록~~~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