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

기왕이면

엄마의취향 2007. 9. 23. 23:46

#1

내게 밀린 세금을 낼 사람이 있었다.

오늘 아침에는 그제  빌려간 디카를 갖다 주면서

밀린 세금까지 주더라~

 

"추석 전이라 어려울텐데~

고마워~잘 쓸께~" 했더니

 

" 그래도 어떻게 해~"하면서

주기 싫지만 할 수 없이 준다는 말투이다.

 

아침부터 기왕이면 기분좋게

오가는 현찰속에 싹트는 우정이라고.

공돈이 생긴것 같아 기분좋은 마음위에 찬물을 올려 놓는다.

 

받은 내 손이 어색했고

어정쩡한 표정으로 돌아서게 되었다.

 

속으로는

당연한 걸 가지고 괜히 인사 치레 했다가 욕만 봤다고 생각했다.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

나는 좋은 말을 참~~좋아한다.

남들이 내게 하는 좋은 말은 물론이고~~ㅎ

 

#2

 

아침 산책길에 논둑길에 세워져 있는 자전거 한대.

어쩌다 마주친 자전거의 주인은 아저씨를 갓 벗어난 할아버지.

 

어스름 날 만 밝으면 자전거를 타고 논으로 나오시나보다.

여느 때는 삽 한 자루가 뒤에 매달려 있기도 하고

여느 때는 달랑 수건 한장 만 걸려있다.

 

매일 나오시면 할 일도 없는 벼가 익어가는 논.

비가 많이 오면 물꼬을 보시러

날씨가 좋으면 좀이 쑤셔서

수십년 몸에 배인 습관이 할아버지를 논으로 인도하나 보다.

어쩌다 마주쳐도  항상 웃음을 날려주시는 기분 좋은 분이시다.

 

또 한 분

자전거를 타고 논에서 돌아오시는 분이다.

더 어둑한 새벽에 집을 나오셔서

내가 그 길을 지날 때 쯤이면 집으로 향하신다.

 

시골 길에서는 누구를 어느 시간에 만나더라도

인사를 해 두는게 상책이다.

그래야 다음에 또 만나도 어색하지 않다.

만약 인사를 못하고 지나쳤다가 다음에 새삼스레 인사  하기가 멋적으니까~

 

허나 그 분.

인사를 해도 받으실 줄도 모르신다.

눈만 더 똥그랗게 뜨시고 지나치는 잠깐을 뚫어지게 쳐다보신다.

내가 그렇게 이뽀나~ㅋㅋㅋ

오늘 아침은 인사를 안해 버릴까?

하다가도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받아주시겠지?

오늘도

방긋 지은 미소에 내 눈이 묻히도록 인사를 올렸다.

 

역쉬나~~

내가 너무 이뽀게 생겼나보다...

 

그것도 고역이었다.

내 속마음은  그 분의 자전거가 내일은 고장났으면 좋겠다.라는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