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을 바꾸어 보면...
옆지기는 말이 없는 편이다~
누구랑 통화를 할 때도 간단 명료하기는 매 한가지..
나를 아는 사람들은 옆지기의 전화 받는 목소리가 생소해서 모르는 사람처럼 대한다고
약간 불만을 말하기도 한다.
자주 만나지 못하는 내 친구들 중에
어쩌다 전화통화가 되면 수 십분을 훌쩍 넘기게 되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시작부터 한가한 시간을 잡고 작정을 하고 통화를 하게된다.
또 얘기를 하면서 어떤 주제를 가지고 의견을 나누다 보면
길게 끌수도 있는데...
그럴 때면
옆지기가 말 없는 눈총을 준다.
나를 필요로 하는 자질구레 한 심부름을 시키면서...
전화기를 들고 왔다갔다 하면서 해 주면 말도 시켜서 대화의 맥을 끊는다.
그러다 보니 집중이 안되어서 전화를 끊고 해 주게 된다.
내가 지레 찔려서 그런 느낌을 받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내 느낌은 그랬었다.
오늘 저녁
옆지기 여자 동창이 전화를 했다.
처음엔 내가 받아서 건네 주었기 때문에 몇 시에 전화가 온걸 알고 있는데
수 십분이 지나도 전화기 본체에 통화 중이라는 깜박이가 계속 들어왔다.
역시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전화 받는 옆지기 앞에서 알짱거리며 TV 를 보았다.
계속 응! 응! 어~그래 로 일관을 하면서도 전화를 계속 받는다.
아예 대 놓고 2~3분 마다 한 번씩 방으로 들락날락 했다.
옆지기 엄청 부담 느꼈겠지~ㅋㅋㅋ
서너번을 들락거리니
"그래 우리 송년회 할 때 만나서 또 얘기하자`" 그러면서 끊더라~.ㅋㅋㅋ
전화가 끊어진 걸 확인한 후.
"자기야~전화 받을 때 내가 옆에 알짱거리니 부담스럽지?"
"아니!"
"그럼 왜 빨리 끊었어?"
"그냥!"
"앞으로는 내가 통화 할 때 심부름 시키고 그런거 하지마~"그랬더니
"내가 언제?" 하면서 시치미를 뚝 뗀다.
"앞으로 통화하는 나 한테 눈치주면~죽음이야~"
전화기의 저편이 여자더냐 남자더냐를 떠나서
남편들은 여자들의 수다를 이해하지 못한다.
수다를 떨며 전화를 끊지 못하는 여자동창이 있으니
이해가 되었을까?
다음에 전화가 오면 더 상냥하게 바꿔주어야지~~ㅎ 오래 오래 통화하도록...
자기는 나 눈치 준 적 없다고 극구 변명하는 걸 보면
눈치를 준게 분명해!
강한 부정은 긍정을 뜻하는거라고...그렇지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