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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성복

엄마의취향 2008. 1. 3. 06:57

 ( 늦은 가을의 망상해수욕장)

 

서러움이 내게 말 걸었지요

나는 아무 대답도 안 했어요

 

 

서러움이 날 따라왔어요

나는 달아나지 않고 

그렇게 우리는 먼 길을 갔어요

 

 

눈 앞을 가린 소나무 숲가에서 

서러움이 숨고 

한 순간 더 참고 나아가다 

불현듯 나는 보았습니다

 

 

짙푸른 물굽이를 등지고

흰 물거품 입에 물고 

서러움이, 서러움이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엎어지고 무너지면서도 내게 손 흔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