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늙어진다는 건~

엄마의취향 2008. 3. 19. 22:23

 ( 제일 고우신 우리 엄니...)

 

시 이모님의 생신을 맞아서 어머니의 형제분들이 모두 모이셨다.

노인들 모이시면 어머니 아버지 산소를 못 찾아본 죄인이라고들 하셔서

이 착한 조카며느리 기꺼이 발이 되어 드렸다.

공원묘지를 향하여서 출발~

여기 쯤이다~하셔서 차를 세웠다.

노인 분들 나름의 산소찾는 기준은 나무라든가 뭔가 표시가 있다.

 

그런데

오늘 모이신 시 이모님들. 시 외할머니 산소를 못 찾아서 계속 두리번 거리셨다.

조카며느리 보는 앞에서 산소를 못 찾아 헤매는 모습에 정말 민망해 하면서~

나도 여러 번 같이 오기는 했지만 그냥 따라 다니는 수준인데~-_-;;

 

여기 쯤인데 ~

글쎄 여기 쯤인데~

왜 나무를 잘라 버렸지~

변명아닌 변명들을 하면서 산소를 찾았다.

똑똑한^^ 옆지기가 같이 왔으면 금방 알았을텐데~속으로만 궁시렁했다.

드디어 찾아서 우여곡절 끝에 술을 따르고 절을 하신다.

 

나도 한번 뵙지도 못한 시 외할머니 산소에 박힌 풀 뿌리도 캐고

산소를 쓰다 듬으며 골랐다.

몇 년 전

처음에 동행했을 때 어색하게 엉거주춤하던 내 행동이

이젠 너무 자연스러워진 내가 노인이 되어 있었다.

할머니들 하고 다니는 기회가 많아지니 노인들이 많이 편해지기도 했지만

한 해가 다르게 노쇠해지는 모습을 뵈니 참 세월이 무상함을 느낀다.

 

몸이 아프시다보니 서로가 서로에게 무심해지고

만남이 즐거움이 아니라 의무사항이 되어버린 듯한 시간들...

 

홀로 사시지 못해 딸내미 곁으로 거처를 옮기시는 시 이모님을 뵈면서

앞으로 다가올 노인의 문제가 생각보다는 훨씬 심각함을 느꼈다.

 

말로는 대접 받아야 할 어른이라지만

눈부시게 달라지는 세상에 적응을 못하는 노인들은  뒷전이 되어 있다.

조카며느리~ 어울리지 않게 한껏 아양을 떨었지만

숙연해진 오늘의 분위기는 그리 밝지만 않더라~ㅎ

 

내 숙제이고 우리 엄마의 숙제이고 미래의 내 아이들 숙제인데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