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강쥐가 소가 된 날~~~

엄마의취향 2008. 5. 17. 23:32

밭 고랑에서 한창 소 처럼 일하고 있는데

전야제가 쥑인다는 초등학교 동창회에 가자고

근처에 사는 동창 넘이 전화가 왔다.

 

내가 꽉 잡고 있는 우리 읍내에서 멀지 않은 지역에 살고 있어도

동창회에 가야 얼굴 보는 녀석.

주로 나를 대리운전기사 정도로 생각하는 녀석.

서울 모임에 가도 둘 중에 하나 만 술을 마셔야 한다면

꼭 지가 마시는 녀석~_-_;;

 

말하기를~

" 웬만하믄 오늘 가자~ 같은 방향인데 차 한 대로 움직이지 뭐~~"

" 나 지금 소 처럼 일해서 못 가~"

" 정말 시간 못 맞추겠나~~"

"너는 오늘 가고 내일 산에서  만나자~"

내가 소처럼 일한다니까 오늘 안 갈려고 뻥치는 줄 아는 모양이네~-_-;;

 

5월 12일

고구마 심은 날 저녁에 비가 와서 비닐에 얹어놓은 흙이 딱딱해졌다.

오늘 일군들이 와서 고구마 싹을 꺼내는데 위에 올려 놓은 흙이 굳어서 진도가 안나간다.

오늘 다~~끝내야 되는데 말이지~

 

무우 파종기를 가지고 뾰족한 날이 있는 앞 쪽을 쳐들고 소처럼 둑의 흙을 부수었다.

처음에는

그냥 모른 척 할까?

나가서 도와줄까?

내일 산에 올라갈려면 몸 사려야 되는데...

그러나

여기저기에다 급하게 남자 인부를 구하는데도 사람이 없었다.

 

결국은 강쥐가 팔 걷어 부쳤다.

장화 신고 ...

토시끼고...

썬 캡을 쓰고...

복면도 하고 완전 소처럼 일했다.

 

내일 산에 갈 수 있을려나 몰라~~-_-;;

 

내일 집 비울 준비를 하면서 어머니께 말씀 드렸다.

엄니 저 내일 얼굴 보기 힘들거예요~

없다고 생각하고 하루동안 잘 지내세요~

새벽에 해야 할 인사를 저녁에 대신하고 주섬주섬 보따리를 쌌다.

 

근데 동창회는 왜 가는겨~~?

지들끼리 전야제 하면서 다 쥑였을텐데~-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