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사모/조지훈

엄마의취향 2008. 9. 17. 01:11

 

                                 (쥔장의  게으름에 살아남은 마당의 풀꽃)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 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눈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만 잊어달라지만

 

남자에게 있어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 그어

 

혼자라도 외롭지 않은 밤에 울어 보리라

 

울다가 지쳐 멍든 눈홀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그리고 한 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마지막 한 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