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숙제
#1
이른 아침 어머니랑 서울갔다.
어머니는 안과 정기진료를 보시면서 레이져수술을 하시고 다시 한의원에서 약을 지으셨다.
같은 강남에서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나도 같은 한의원에서 진맥을 보는데...
말 하기 쑥스러운 상담을 메모에 적어서 진맥을 볼 때 선생님께 드렸다.
내 메모를 보시고는 빙그레 웃으시며 증세가 완화될 수 있다고 " 알아서 약 지어 드릴깨요" 하셨다.
어머니는 내가 뭘 물어 보았는지 엄청 궁금해 하시는 눈치셨다.
" 엄니~ 메누리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어용!"라고 속으로만 말했다.
(쮸쮸빵빵 그런거 아임니더~~)
엄니와의 약간의 살얼음 동거기간이 지나고 다시 안정기가 돌아왔다.
저녁 밥상에서 어머니가 말씀하시기를...
" 자꾸 아픈데만 생기고 눈도 그렇고 다리도 그렇고...빨리 죽었으면 좋겠다~"
나도 이렇게 말씀 드렸다.
" 어머니 저도 빨리 죽고 싶어요~ 세상사는 재미도 없고 앞으로 재미있을 징조도 안 보이고..."
어머니가 급히 말을 바꾸셨다.
" 니가 심들어서 그렇지~ 보일러도 나무를 때야 되고 너만 힘들어서..."
나도 맞장구 쳤다.
" 어머니가 저 외출하는거 암말 안하시면 심 하나도 안들어요~"
" 나는 니가 힘들까봐~"
" 저는 불 때는것도 재미있고요~ 나무 하는것도 재미있어요~ "
" 나는 너만 괜찮으면~"
" 저도 어머니가 저 외출하는 거 그러려니 하시믄~"
이렇게 기회만 되면 세놰를 시켜도 3년 째 못 고치시는 고질병이다.
그래도 오늘 저녁에는 공부가 끝나고 돌아오니 어머니 방의 불이 꺼져 있다.
자는 척! 하시는 걸까?
고부간의 평화를 위해 아들이 어머니를 재운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