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슬픈 시/서정윤

엄마의취향 2009. 2. 22. 20:53

 

 

 ( 서정윤 시인)

 

 

 

술로써

눈물보다 아픈 가슴을

숨길 수 없을 때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를 적는다

별을 향해

그 아래 서 있기가

그리 부끄러울 때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를 읽는다

 

 

그냥 손을 놓으면 그만인 것을

아직 <나>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쓰러진 뒷모습을 생각잖고

한쪽 발을 건너 디디면 될 것을

뭔가 잃어버릴 것 같은 허전함에

우리는 붙들려 있다

 

 

어디엔들

슬프지 않은 사람이 없으랴마는

하늘이 아파, 눈물이 날 때

눈물로도 숨길 수 없어

술을 마실 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가 되어

누구에겐가 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