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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의 마음을 읽다/서정윤

엄마의취향 2009. 4. 24. 23:11

 

 

 

 

 

 

 

가로수가 길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늘상 그냥 가로수이지만 

한 십 년만 지나면 가지를 뻗는 손이

확연히 표날 만큼 비스듬하다 

그냥 모르는 척 살아도

마음이 끌리는 건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우리가 보기에 너무나 태연한 가로수도 

스스로의 마음을 숨기기에는

십 년이란 너무 긴 시간이었을까

가장 절망적일 때

마주보고 느낄 수 있는 그대가

적당한 거리에서 서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눈빛으로 정이 들어

그리워할 수 있는 그대에게

작은 이파리 한 장 날린다.

십 년이나 그보다 더 많이 지난 후에

표시 날 내 마음을.

 

 

조금씩 얼굴이 붉어진다, 기우는 해가 

저만큼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