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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말/마종기

엄마의취향 2009. 6. 29. 23:17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