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노을 초상화/서정윤

엄마의취향 2009. 7. 28. 09:36

 

 

 

 

내 삶의 쓸쓸함을 모아 태우면

 

이런 냄새가 날까

 

늘 너무 빨리 가고 있다는 생각으로

 

돌아서 보면

 

지친 얼굴로 따라오는 그림자

 

길게 누워 바라보는 눈길이 멀다.

 

 

 

어둠이 익어가는 가지 끝

 

목숨길에 드리우던 노을 그림자

 

때때로 숨어 지켜보던 그 길을

 

이제는 걸음 걷고 있다.

 

 

 

잊어도 좋은

 

그래야만 할 기억을 하늘에 그리며

 

전설의 별에서 울려오는 얼굴이

 

아득하다.

 

 

 

별의 꿈이 떨어진 자리에

 

자라는 노을의 사랑

 

두 손에 하늘을 들고

 

그러고도 느끼는 허전함

 

을 그려내는 노을 초상화.

 

 

 

침묵해야 할 때가 되어져 있는

 

우리의 지친 발걸음

 

걸어야 한다면 사랑이 깨어져도,

 

그래도 걸어야 한다면

 

저 풀과 나무들 사이의 노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