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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치 않은 친절

엄마의취향 2009. 9. 3. 21:21

특별한 일이 없을 때는 거의 울리지 않는 내 핸드폰이 그제부터 내 손을 떠나지 못한다.

거창하게 4중추돌이라는 대형사고를 친 휴유증이다~

 

처음 하루는

사고수습겸 확인차 보험회사에서 각기 다른 담당자들이 하는 전화와

접수 번호를 알려달라는 피해자들의 전화가 주류였다.

 

어제 부터는

일이 진행되면서 처리되는 과정을 상세히 알려주는 보험담당들의 전화가 대세이다.

사실

내가 잘못한 것과는 다르게 덤태기를 썼다고 생각해서 시간이 갈 수록 잠도 오지 않는데

잊어버릴 만 하면 결과가 나왔다는 통보가 오고

수리를 했으면 얼마가 들었다고 알려주고

입원을 하면 어느 병원에 입원을 했다는 것 까지 알려준다.

 

과잉친절이 아닐까 싶다.

차라리 일정 시간안에 어느정도 결과가 합해지면 한 꺼번에 알려줘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나로 인해 보험회사가 손해을 많이 입었으니

정신차리고 운전하라는 경고 같기도 하다.

 

말로는 다치지는 않았는지~

마음고생이 많다느니~

심지어는 남편분이 사고를 알고 계시냐는 둥~

고객인  내 안부를 묻는것 같긴 하지만

끊임없는 친절이 나를 편치 못하게 한다.

수리비가 얼마가 들었고

어느 정도의 진행이 있으며

앞으로 결과가 더 나오는데로 알려드릴테니 염려마시고 좋은 하루를 보내시란다.

 

어떻게 좋은 하루를 보내냐고요~~~~~오

나는

나쁜일이나 생각지 않았으면 하는 일은 머리속 정리를 통해서 마음을 비우는 걸 좋아하는

단순한 사람인데...

 

오늘은

봉사차원에서 하는 고구마캐기 행사에서

열심히 삐질삐질 땀흘리면 고구마를 캐고 있는데

" 고객니~~~임의 자차 수리비가 땡땡공업사에서 158만원이 청구 되었습니다" 라는 친절하고 상냥한

담당의 목소리를 들으며 생각되기를...

아 참~ 내가 사고를 쳤지~

맞아 내가 정말 여러사람을 불편하게 했구나 하는 생각과

상대방들의 불확실한 진술에 당했다는 생각이 맞물렸다.

 

어젯밤 세시간의 수면과 오늘 한 낮의 뜨거운 태양이 어울어진 칙칙한 기분.

그리고

친절로 인한 불편에 마음이 몹시 우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