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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햇볕/고운기

엄마의취향 2009. 9. 8. 20:02

 

 

 

 

 

늦은 오후의 가을 햇볕은 오래 흘러온 강물을 깊게 만든다

 

늦은 오후의 가을 햇볕은 여고 2학년 저 종종걸음치는 발걸음을

 

붉게 만든다, 불그스레 달아오른 얼굴은

 

생살 같은 가슴에서 우러나오다

 

그리하여 늦은 오후의 가을 햇볕은

 

멀어지려 해도 멀어질 수 없는 우리들의 손을 붙잡게 하고

 

끝내 사랑한다 한 마디로

 

옹송그린 세월의 어느 밑바닥을 걷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