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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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요일 저녁식사를 맛있게 드시고
며느리와 한 시간 여 수다? 를 즐기시던 어머니가 목요일 침에는 어지럽다고 일어나시지를 못했다.
혈압을 재어보니 약간 올라간 혈압.
단순히 혈압이 높아서 그런가 해서 안정을 취하고 다시 혈압을 재니 혈압은 원상복구를 했는데
엄니는 여전히 머리가 빙글빙글 돈다고 하셨다.
병원에 가니 의사 선생님이 다른 이상은 없는데~ 하시며 갸우뚱하신다.
혹시 빈혈이 아닐까요? 했더니 그것도 아니고...
귓속의 달팽이관에 이상이 생기면 그럴수가 있다고 약도 짓고
병원에 간김에 영양링거를 하나 맞고 집으로 모시고 왔다.
그날부터 전날과는 완전히 다른 중환자가 되셨다.
다른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자고 해도 싫다고 하시고...
노인의 일이란 밤새 안녕이라는 말처럼 그동안 나보다 더 분주하게 다니시던 양반인데~
몸살이 와도 단단히 온것 같았다.
밤에 두번이나 일어나서 거실을 헤매시고 우리 아이들이 집에 오지도 않았는데
내 방에 와서 아이들을 찾으시고...아침에는 밤새 당신이 한 행동을 모르시고
다행히 식사를 거르지는 않지만 아들이 말하면 안 먹는다고 했다가
내가 진지 잡수시라고 하시면 일어나서 나오신다~
그러기를 며칠~
그 동안은 한끼도 거르지 않던 양반이 오늘 아침은 식사도 안 하신다고 하셨다.
오죽하면 그러시랴 싶어서 한 수저라도 드시라고 조르지도 않았다.
매 끼니를 며느리가 졸라서 식사를 하시게 하셨으니
시퍼런 며느리 서슬이 싫어서 억지로 하신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대신 호박죽을 끓여놓고 방 밖으로 나오시면 드릴려고 하는데...
옆지기가 식탁에 수저를 놓고 호박죽을 그릇에 담아놓고 어머니를 부른다~
마누라가 엄니를 안 챙겨서 그런가?
엄니가 며칠을 응석을 부리시니 나도 쬠 신굥질이 나서 모른 척 할려고 했더니...
오늘 저녁은 마음먹고 미역국을 끓이고 잡채도 만들고 상을 차리는데
어머니가 식탁에 수저도 놓고 물도 챙기셨다.
표정을 뵈니 한결 몸이 가벼워지신거 같았다.
괜찮으시냐고 했더니 좀 나아졌다고...
식탁에서 이야기도 많이 하시고 저녁은 보통의 두배를 드시는 걸 보니
진짜 나아지신것 같아 보였다.
허나
아무도 몰러~ 내일 아침은 또 어떠실지~
쓰러지셔서 우리 집에 내려 오셨지만
몇 년동안 거의 정상에 가까워지셔서 나보다 더 활발하실때는 미운생각도 들었는데
막상 아프시니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당신의 늙어짐이 얼마나 서러우실까~
더구나 몸이 아프니~
할수없지 뭐~~내가 효부는 아니지만 쬠 잘 해 드리는 수 밖에는...-_-;;
아고~~~~~~내 팔자야~~~
* 엄니가 밤에 한 일 을 기억도 못하시길래
이젠 치매가 오시나 생각했었다~
오늘저녁은 조금 좋아지셨길래
"엄니~ 아들, 며느리,손주들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글로 써 놓으세요~엄니가요~ 죄송하지만 정신이 나간거 같으니까 제가 그런 생각이 들던데요~"
"애! 뭘 써 놓니~ 그냥 그래 죽으면 그만이지~"
(역시 우리 엄니는 서울 깍쟁이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