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과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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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을 오래간만에 길거리에서나 의외의 장소에서 만났을 때
흔히 하는 말로 "언제 밥 한 번 먹자' 이 정도는 약속이라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지인의 정기공연이 있는 날 우천으로 변경된 장소를 통화까지 하면서 한 약속은 약속이다~
출발시간 즈음에 엄청나게 쏟아지는 비를 보고 어머니가 안 가시겠다고 하셨다~ 비가 온다고~
내 성격 상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져도 가야 하는데 그냥 어머니랑 같이 주저 앉았다.
나 혼자서라도 우기고는 갈 수 있지만 준비되지 않은 저녁식사며
며느리가가 올 때까지의 어머니의 노심초사를 내가 받아들이기 심들고 신경조차쓰기가 싫다는게
솔직한 내 속마음이었다~
내가 어머니랑 안 살고 싶은 첫 번째 이유이며 하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오늘 아침
얼굴을 못 봤다고 못 챙겨주심을 염려하신 지인의 전화를 받고
정말이지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흔하게 약속을 하고 파기를 하는 사람으로 변해가는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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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밭을 임대한 고구마 심는 사람과 계약을 할 때
40여 만원을 깎아주는 대신에 포크레인으로 우리 집 진입로를 손 보아 주기로 했다.
어차피 내가 부르나 그 사람이 부르나 길만 고치면 되니까~
그러나 포크레인이 들어왔지만 언제 나갔는지 모를정도로 밭만 손을 보고 나가 버렸다.
그래~뭐 약속 안 지킨 사람이 편치 않을테지 하면서 내가 포크레인을 불러서 길을 알아서 고쳤다.
그깟 40만원 잃어버렸다는 셈치지 하는 마음으로 넘겼는데....
밭을 임대한 사람이 기계가 들어와서 고구마를 심는 날~
큰 트랙터가 전화전봇대를 건드려서 넘어지는 걸 가까스로 세웠다.
줄도 늘어지고 비스듬히 서 있는 전봇대가 위험해서 내가 전화국에 연락한다니까
삼일 후에 고구마 싹을 뺄 때 와서 자기가 손을 본다고 했다.
내 생각으로는
그 사람 개인에게 손해가 가서 그런가 하는 생각에 알아서하라고 그냥 두었다.
고구마 싹을 빼는 날~
고구마 싹만 빼고 아뭇소리도 없이 그냥 나갔다.
그 사람은 한 번 말하면 그냥 잊어버리는 무뇌아인가보다~
그렇다고 고구마도 심어놓고 잊어버리고 안 캐가지는 않겠지~-_-;;
약속은
못을 박지는 않아도 구체적인 시간이나 날짜를 언급하면 약속인거고
언제~
다음에~
조만간에는~
한번 보자~라는 건 말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구체적인 날짜와 시간이 되면 약속이 되는거고~
그러나
내 기준과는 다른 부류의 사람때문에
여러 날을 신뢰에 대해 많이 생각을 했었었드랬지~~
바보가 된 기분을 떨쳐버릴 수가 없어서...-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