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사는 이야기

엄마의취향 2021. 11. 16. 21:25

집 수리 한다고 집에 붙어 있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살림 차린지 벌써 20여일.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이고

날씨는 추워지고

낙엽은 떨어져서 마당 전체를 뒤덮고 있다.

 

가을 낭만을 즐긴다고 낙엽을 카페트 처럼 수북히 쌓아 놓았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 나의 상황에는 그것도 어수선함과 동시에 사치처럼 느껴지고 있다~

 

밭에 있는 무우는 지난 추위에 뽑아 놓았지만

작황이 좋지 않은 배추는 그냥 보고 만 있다.

오늘 멀리 부평에서 밥 사주러 온 언니에게 초롱무우와 큰 무우을 실어 보내고 나니

그나마 안심이 된다.

가을 농사라고 지은것 다 버릴거 같았는데~

 

이틀에 한 번씩은 아이들 집에 가서 밥 얻어 먹고

씻고 오기를 여러번 했다.

청결하게 산다는건 인생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거였다.

씻고 내려온 첫 날은 마냥 기분이 좋았고

집에 내려와서 하룻 밤 자고 나면 우울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게 문제!

 

그 와중에도 사위가 미리 예매 해 놓은 이승윤 콘서트도 딸과 함께 다녀오고

곧 장가 갈 아들녀석과 영화도 보고 밥도 먹었다.

 

처음에는 해 놓은 반찬으로

잘 차려 먹었는데 날이 갈 수록 대충 끼니를 때우다 보니

자리에서 일어나면 자꾸 옆으로 걷고 있다~

누워서 뒤척여도 천장이 빙 도는 ~

그렇다고 체중이 내려 가는것도 아니고 그냥 어지럽기만 함.

운동따위는 안 한지 벌써 3주차!

씻는게 자유롭지 못하니 외출도 하기 싫다는 핑계를 댄다.

 

매년 가을이 오면 내년에는 일 벌리지 말고 가을을 오롯이 즐기며

겨울을 맞이 하자고 늘 다짐하지만

내 인생에는 봄이면 봄대로 여름이면 여름대로...

사람이 있을 때는 있는데로 없으면 없는데로...그냥 꾸준하다~

 

10여평 남짓한 공간에서 창고로 옮기고 난 후의 남은 짐과

뽀작대며 살고 있자니

마음도 쪼끄만해지는것 같다~

그래도 더 나이가 들면 도시 작은 오피스텔에서 살아야 되니까

이것도 경험이라면 경험!

 

그래도 돌아 갈 집이 있다는게 어디냐며 위로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