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퇴원 병상일지

엄마의취향 2024. 5. 31. 11:22

누워서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지금의 감정이나 일들을 기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듬

온갖 농작물을 다 심어놓고
고구마 비닐 씌운데가 조금 남았길래 욕심을 부리다가
관리기에 받혀서 다침~5월 20일

얼마나 충격이었으면 흉추 골절이 왔을까마는
숨도  못쉴 정도의 충격이었다고 기억한다

이  씩씩한 시골아줌마는 그래도 차를 끌고 40분이 걸리는 병원에 가서 입원을 한다~


통증주사를 맞아도 통증이 멈추지 않았던 일주일이 지났고
조금 살만할 때 퇴원 후 내원을 하니

2주후에 오라고 하면서 일주일 약 만 줌
많이 아플 때 대비해 어제부터 약을 안 먹고 있었더니

아~ 살만하게 아니었구나~
진통제가 나를 살리고 있었네~

*
입원 후 아들.딸에게 연락을 하고
급히 재택 보따리를 싸고 병원으로 와서 재택근무를
하는 아들이 엄마 신경쓰랴
근무하나 회의하랴 정신이 없어보여서 누워 있어도
마음이 불편했다~

나의 일생을 남편. 시어머니 간병으로 보냈는데
나 또한 대물리듯 아이들에게 이걸 시키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걱정 꺼리 하나 없었고
아이들도 나름대로 승승장구하며
평화로이 흘러가고 있었는데
덜컥 이런 일이 일어나니~
내가 더러 미운 마음을 품었던 사람들이 있어서
벌을 받았나 싶기도 했다~

주중에는 아들이 재택을 하면서 나의 손발이 되었다~
내 아들이지만 한결 같은 자상함에 더 미안했고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 저녁에는 딸내미가 먹을것을 바리바리 싸 들고 주말을 보내고 일요일 저녁에 내려온 오빠와 바톤터치를 했다

항상 내가 챙겨주어서 챙김을 받고있는 상황이 어색했지만

아들과 딸이 서로 잘하고 있는게 달랐다~
아들은 먹거리에 진심이어서
삼시세끼 정갈한 밥상을 차리고

딸은 냉장고서 부터 정리정돈에 내 속이 시원하게 잘 해치웠다~
누워서 있는데다가  집도 지저분한데 소식들은 지인들은
온갖 반찬을 다 해와서 냉장고가 감당 못할 처지였는데
딸내미가 시원하게 테트리스처럼 잘 정돈도 하고

사위까지 내려와서 밭에 제초매트도 깔아 주느라
애를 씀~

주말에는 딸.사위 생일이어서 워커힐식당을 예약 해 놓았는데
엄마의 예기치 않은 일로
앉아서 밥 먹지 못하는 엄마 때문에 아이들까지 아일랜드 앞에 모두 서서 밥 먹고 조촐하게 생일 축하도 함

열흘이 지나니 끙끙 거리며 일어나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되고 보조기를 차고 서 서 다니는건 큰 무리가 없으나
허리를 구부리지 못하고 앉지도 못하고 조금 다니고 나면
저녁에 통증이 심해서 잠을 못자는 바람에
보조기 차는 두달 동안은 이렇게 누워 뒹굴거려야 하는 신세가 됨

나혼자 별 일 없이 사는것이
아이들에게 큰 평안인것을 ~~

마음 깊이 새기고 얼른 일어나자~

별로 베픈거 없이 사는 나에게
친구들이 꾸준히 보내주는 정성과 마음을 잊지 않고 차근차근 갚아가리라 마음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