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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간 꽃병/쉴리 프뤼돔

엄마의취향 2007. 8. 26. 10:31

 

 ( 초여름 산책길에서 찍은 이름모를 꽃나무)

 

이 마편초꽃이 시든 꽃병은

부채가 닿아 금이 간것.

살짝 스쳤을 뿐이겠지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으니.

하지만 가벼운 상처는 하루하루 수정을 좀먹어 들어

보이지는 않으나 어김없는 발걸음으로

차근차근 그 둘레를 돌아갔다.

맑은 물은 방울방울 새어 나오고

꽃들의 향기는 말라 들었다.

손대지 말라.금이 갔으니

곱다고 쓰다듬는 손도 때론 이런 것

남의 마음을 스쳐 상처를 준다.

그러면 마음은 절로 금이 가

사랑의 꽃은 말라죽는다.

사람들의 눈에는 여전히 온전하나

마음은 작고도 깊은 상처에 혼자 흐느껴운다.

금이 갔으니 손대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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