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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찍 집을 나서서 서울을 가는 도중 들어 온 문자!
" 언니! 건강검진 받으실래요?
40항목이 넘습니다 받으시면 좋을 것 같아서요~"
내가 늘 생각하고 있던대로 답신을 보냈다.
" 걍 이대로 살다 죽을 겨~~" 라고...
그랬더니 다시 답신이 왔다.
"ㅋㅋ 그라셔유~~"
답신이 언니의 생각이고 그 생각이 곧 요지부동인 언니의 마음이라 생각했기에
또 한 번의 권유조차 해 볼 마음을 심어주지 못한 나의 이미지!
근본은 바꾸지 않더라도 조금 더 유연한 내가 되어보기로 다짐한다.
( 우리 아자씨가 자주 쓰는 말! 글~~~쎄~~~)
#2
요새 군인 아저씨들이 야외 훈련기간인가 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군인 아저씨들이라 웬지 어려운 대상이었는데...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우리 집 뒷동산에서 군인 두명이 파라솔처럼 생긴 작고 낮은 우산같은 천막을 펴 놓고
잠복겸 보초를 서고 있었다.
이른 아침이라 날씨도 쌀쌀하고 얼마나 추울까 안스럽기도 해서
오후에 집으로 내려오는 길에 장을 보면서 어묵을 사 왔다.
따뜻하게 오뎅국물이라도 해 주고 싶어서...
문제는 맛나게 끓이기는 했는데 옆지기에게 같이 가자고 했더니 안간다고 한다.
삽사리를 데리고 쭈삣쭈삣 거리면서 군인 아저씨들이 엎드려 있는곳으로 갔다.
뭐라고 말을 하면서 줘야하나~ 망설이다가
지나가는 동네 사람 행세를 하면서 지나치다가 휙! 하고 다시 돌아서서
"이거 먹어도 돼?" 하면서 끓여간 것을 내 밀었다.
파라솔 같은 천막밑에서 엎드려 있던 군인이 웬 촌녀자가 개를 데리고 나타나니 잔뜩 경계를 한다.
그 촌녀자가 무얼 내미니 군인 아저씨들이 머뭇머뭇 거렸다.
" 이거 어묵인데~~ 여기서 뭐 먹으면 안되는구나~ 추워보여서~ 그냥 먹고 안 먹은 척! 해~~"
그랬더니 군인 한 명이 어쩔줄 몰라 하면서
너무 고마워서 그런다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여러번 하면서 받았다.
사실 내 아들은 눈이 나쁘다는 이유로 4주 훈련만 받고 지금 땡땡시청에서 공익근무를 하는데
몸이 건강하다는 이유로 뽑혀서 추운데 고생을 하는 것을 보니 미안하기도 했다.
아주 잠깐이지만 그 군인의 엄마가 된 기분이 아주 좋았다.
( 여러 분~~ 우리 아들도 땡땡 시청에 근무한 답니다~ 혹시 가시면 음료수라도~~ㅋ)
#3
어제 저녁 한창 지글지글 두부를 굽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그 첫마디에 누군지를 알았다.
"녜~"
"거기 정 땡땡씨 계세요~"
"전 데요~"
"언니 나~ 미땡이~"
"알아~"
"내가 언니 한테 졌다~졌어~"
"왜~"
"내가 언니 목소리가 듣고 싶다고 했으믄 나 같으면 벌써 전화 했을텐데 혹시하고 기다리다가 못 참고 전화를 했어~ 잘났어~잘났어~ 정말 "
"나 국제전화 못해~ 안해봐서~"
"그래 언니 번호 누르는 손가락도 고장났지?"
"엉~~꼭 목소리를 들어야 돼나 뭘~~~~"
항상 바쁘고 빠른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참 미안했다.
나의 이기주의적인 성격이 그녀의 보이지 않는 자존심도 건드리고
나이 많다는게 자랑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나보다 젊은 그녀의 배려을 늘 받기만한다.
그래도 꿋꿋이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웃으며 나를 챙기는 그녀 앞에 나는 내가 들어갈 쥐구멍이 필요했다.
두고 봐~~ 앞으로 잘 할 껴~~*^^*
( 아~~ 이런 말이 있던가? 두고 보자는 사람 치고는 진짜 두고 보는 사람 없다꼬~~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