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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저물어 그리워지는 것들/이기철

엄마의취향 2009. 4. 10. 21:43

 

 

 

 두물머리에서

 

 

 

 

 

나는 이 세상을 스무 번 사랑하고

 

스무 번 미워했다

 

누군들 헌 옷이 된 생을

 

다림질하고 싶지 않은 사람 있으랴

 

유독 나한테만 칭얼대는 생

 

돌멩이는 더 작아지고 싶어서 몸을 구르고

 

새들은 나뭇잎의 건반을 두드리며

 

귀소한다

 

 

 

오늘도 나는 내가 데리고 가야 할 하루를 세수시키고

 

햇볕에 잘 말린 옷을 갈아입힌다

 

어둠이 나무 그림자를 끌고 산 뒤로 사라질 때

 

저녁 밥 짓는 사람의 맨발이 아름답다

 

개울물이 필통 여는 소리를 내면

 

갑자기 부엌들이 소란해진다

 

나는 저녁만큼 어두워져서는 안 된다

 

남은 날 나는 또 한 번 세상을 미워할는지

 

아니면 어제보다 더 사랑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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