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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무심만리/이덕영

엄마의취향 2009. 5. 18. 09:56

 

 

 

 

우리들은 가면서 무심코 풀잎을 뜯고

무심히 휘파람을 불지만

풀잎은 그냥 무심하게 자란 것이 아니고

휘파람 소리가 가 닿는

안쓰러운 청각도 무심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들은 헝클어진 가슴을 파고들어

모두 잊혀진 다음의 맨 뒤에

홀로 남아

풀꽃으로 바람으로 숨어서 피어납니다

 

 

해질녘 아무데서나 바라보면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온 그것들이

홍건히 황혼으로 젖어서

논 가운데로 뽕밭길로 내달려 오다가

힘 없는 우리들의 눈물 앞에서

아프게 차단되고 맙니다

 

 

정말 무심코 버린 그것들이

무심한 곳에서 무심하게 잠들지

않는 것을

우리는 알고 떠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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