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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가면서 무심코 풀잎을 뜯고
무심히 휘파람을 불지만
풀잎은 그냥 무심하게 자란 것이 아니고
휘파람 소리가 가 닿는
안쓰러운 청각도 무심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들은 헝클어진 가슴을 파고들어
모두 잊혀진 다음의 맨 뒤에
홀로 남아
풀꽃으로 바람으로 숨어서 피어납니다
해질녘 아무데서나 바라보면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온 그것들이
홍건히 황혼으로 젖어서
논 가운데로 뽕밭길로 내달려 오다가
힘 없는 우리들의 눈물 앞에서
아프게 차단되고 맙니다
정말 무심코 버린 그것들이
무심한 곳에서 무심하게 잠들지
않는 것을
우리는 알고 떠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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