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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휘몰아치던 어느날의 선운사.
누이여,
벌판에서 새소리 들리고
수수밭머리엔
아직도 바람소리 끝나지 않았다
바람을 흔드는 것은 바람이다
너는 너의 무게로 고개를 숙이고
철새마다 다 떠나고 말면
세상에는 무엇이 남아 벌판을 흔드랴
땅거미 짙어가는 어둠을 골라 짚고
꿑없는 벌판길을 걸어가며
누이여,
나는 수수 모가지에 매달린
작은 씨앗의 촛불 같은 것을 생각하였다
가고 가는 우리들 생의 벌판길에는
문드러진 살점이 하나,
피가 하나,
이제 벌판을 흔들고 지나가는
무풍의 바람이 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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