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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
두 해 전 주왕산 산행 때 산행코스를 원래 보다 길게 잡아서
무진장 고생했던 기억만 남았던 산.
앞 서던 백 회장님의 신발만 보고 걸었기에 기억에 남지도 않았던 산.
다시 도전해 보고 싶었다.
여름 내내 더위를 핑계로 몸 사리고 가을을 접어 들어서는 단풍구경에 핑계를 대고
제대로 산행한 기억이 없다.
별로 높지도 험하지도 않은 산이라 정상을 밟고 오리라 다짐하며 출발했다.
그런데 산 아래까지 버스로 가는 길은 멀고 험난하더라. 멀미가 났다.
세시간 20여분만에 도착한 주왕산 입구는 수 많은 관광버스와 인파들로...
일행들과 정상에서 점심을 먹기로 약조를 하고 날 다람쥐 옥선씨는 먼저 올려보냈다.
나는 디카를 들고 여유 만만하게 올랐다.
계곡이 깊은 탓인지 몰아치는 바람에 모자를 붙잡기는 했지만
오르는 내내 멀리 보이는 절경과 나무들과 하늘을 마음껏 감상했다.
조금 지나니 많은 사람들 틈에 간 혹 보이던 일행 들은 하나도 안 보이고...
" 설마 이쁜 날 두고 가겠어" 라는 배짱으로 여유로운 발걸음을 떼었다.
내 절친한 산행 동무들과 챙겨주며 산행 뒷바라지를 해 주던 아저씨들이 생각났던 하루.
정상을 도착하니 세찬 바람에 먼지만큼 많은 사람들이 좁은 곳을 가득 메우고
정상에서 보자던 인간들은 하나도 안 보였다.
"배신자들~~"
중얼거리며 하산을 하는데 30여분 쯤 내려오다보니 숲속에서 옹기종기 자리잡고
지나치려는 나를 불렀다.
흥! 못 들은 척 하며 지나가니
내 이쁜 이름을 합창을 해서 안 돌아볼래야 볼수가 없었다.
소리의 크기로 보아 나의 삐치기 작전은 성공!
지 성훈씨의 이공주?
신사장님의 매실주?
두루두루 맛 보며 맛있는 점심을 즐겼다.
물론 계획대로 적당히 먹고 홀가분한 배낭으로 하산길에 올랐다.
역시 여유만만하게~
잠시 한 눈 파는 사이에 살짝 접질른 오른발.
걷기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마음은 조금 무겁게 했다.
산 아래 방앗간에서 특별히 우리 상에만 추가 된 해불 파전과 동동주를 곁들이며
기분 좋은 하루를 마무리했다.
간만에 산행에 몹시 피곤했지만 가라 앉은 목소리가 괜찮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