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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깊숙이 파고 든 햇살이 나른해 보이는 오후.
여차 저차 뒹굴거리는 나를 매서운 바람이 불러낸다.
"김장 했어요~ 무우 좀 가져 가세요~"
내 머리 털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는걸 아는 이웃은 다 안다~
머리를 묶은 무우를 차에 실어 주면서
"총각 김치는 있어요? 어제 담았으니 가져가세요~"
대답할 겨를도 없이 한 통 꺼내 차에 실어준다.
동네 한 바퀴만 돌면 김장 안해도 될거 같은데~ㅋㅋㅋ
얼굴이 많이 상해 보인다고 걱정하는 이웃에게
차마 다이어트를 했다고는 말을 못했다.
계절의 이즈음이 싫다.
발 아래 뒹구는 낙엽을 쓸어 모으는 귀찮음이 아니라...
텅 빈 가슴처럼...
시선에 들어오는 황량함.
바람의 처분대로 끌려서 다니는 낙엽.
털 달린 짐승이라도 추위에 웅크린 초라함.
보여주지 않을 것 같던 옷 벗은 나무들의 속살~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는 중년이 된 이 아주머니의 보이지 않는 불안함까지...
(따뜻한 햇볕을 비스듬이 등에 지고 가르릉 거리며 낮잠 자는 고양이처럼 보냈던 휴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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