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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사오정

엄마의취향 2008. 2. 18. 10:54

어제 팔순이 넘으신 노인네 두분과 임박하신 노인네 한 분을 모시고

결혼식장엘 다녀왔다.

 

봉투만 보내도 될 일을 그렇게라도 나서지 않으면

죽기전에 친척들 얼굴을 몇 번이나 보게 될까 싶으셨나보다~

 

뒷 좌석에 나란히 앉은 형제분들 이야기 내용은 각기 다르다

누가 듣거나 말거나 중얼거리시며 자기 이야기만 하시는 분.

당신 말귀 못 알아들으신다고 역정내시는 분.

그 와중에 딴 소리한다고 더 큰소리 내시는 분.

 

뒷 자리가 시끌벅적해도 앞 자리 우리는 웃음만 날 뿐이다.

머 잖아 우리 내외도 그러고 있을 터인데~

 

피로연자리는 뷔페로 마련되었다.

나 속으로는 -아이쿠 내 입은 오늘 호강하기는 틀렸다 -라고 생각하고

둘레 둘레 자리를 찾는데

엄니와 시 이모님들은 벌써 당신네 피 붙이 쪽으로 가 붙어 계셨다.

 

얼른 옆지기 옆구리 찔러 그곳에서 약간 떨어진 쪽으로 자리 잡았다.

오가면 슬쩍슬쩍 엄니 자리를 들여다보며

솔직히 마음에도 없는 말씀도 건넸다.

" 엄니 뭐 더 가져다 드리까용"

앞 접시에 누가 가져다 놓은 음식이 엄니가 다 싫어라 하는 것들인데도

-아니다 -라시며 손사래를 치신다.

 

요 근래 내가 쭈욱 생각한데로

입 안의 혀 처럼 보살펴드리니 보따리 내 놓으라는 듯 하시며

며느리 마음 쓰는 줄 모르시는 듯 하시길래

무관심으로 일관 했었다.

뭐 나만 며느린가~-_-;;

 

폐백까지 받고 긴~~~인사까지 마치고 집으로 돌아 오던 중 엄니께서

아예 저녁까지 먹고 들어가자고 하셨다.

- 에미가 집에 가서 상 차릴려면 귀찮을테니-

 

이젠 더 귀찮은 티를 팍팍 내야지~

세끼 식사 차리는거 일도 아니라는 듯 여태 그렇게 행동했더니

완죤히 난 밥순이로 전락해 있었다.

 

나? 원래 엄청 바빴던 사람이었거덩!

 

오늘 아침상에서  엄니 하신 말씀.

" 얘 어제 그거 잘 차린 부페였는데 먹은건 하나도 없는 거 같다. 뭐가 있는지 몰라서~"

 

그러게 왜 며느리 건드셔요~

나 잘 할려고 노력하는데~

딸이 그케 좋으면 따라 가시지~~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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