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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편치 않다.
엄니 모시고 병원 갔다가 수선 집 갔다가 옆지기랑 점심을 밖에서 먹고...
요기까지는 내 마음에 드는 토요일의 일상.
저녁에는 이쁜 딸도 내려 온다고 했으니 맛있게 저녁 준비를 하고 기다리면 되는데...
요새 약간 무리한 운동을 해대니 오후 시간에는 피로가 살짝 밀려와서 쏟아지는 빗 소리를 들으며
낮잠을 자고 일어 났더니
옆지기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한다.
비가 와서 내려오는 고속도로도 밀리고 이쁜 딸이 내일 또 올라가야하니
무리해서 내려오지 말라고 전화를 넣으라고 했다.
난 약간 잠이 덜 깬 상태로 전화를 걸어서 아빠가 말한 그대로를 전했다.
이쁜 딸의 목소리에서 언짢음을 느꼈으나 다~ 자기를 위한 아빠의 배려라 생각해 줄 줄 알았다.
새록새록 정신이 드니 그게 아닌 것 같았다.
나와 통화 하기를
오늘 저녁 8시까지 있는 학회를 2시간 정도 땡땡이 치고
종로에 가서 아빠가 좋아하는 육회를 사가지고 온다고 했고
나름 큰 마음 먹고 한 번도 결석하지 않았던 학회를 빠지고 집에 내려 올 마음을 먹었는데...
정신차리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
" 어디니! 집으로 올래?"
" 아뇨 됐어요~"
" 니가 고생할 까봐 그랬는데 기왕 학회에서 나왔으면 집으로 와라~"
" 됐어요~"
" 아빠가 너 보고 싶다는데~"
" 다음에 시험 끝나고 갈께요~"
" 언제~"
" 11월달 시험끝나고요~"
목소리에 베인 서운함을 끝내 풀지 못하고 전화를 끊었다.
누가 지 에미 딸 아니랄까봐~
어쩌면 내가 하는 그대로를 따라 한다니~
계획대로가 아니거나 한 번 약속된게 어겨지면 두번의 기회도 줄줄도 모르는
고약한 성미의 나를 그대로 보는 듯하다.
속으로 삭힐 딸아이의 서운한 마음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다.
대범한 척! 소심한...
내가 늘 그렇게 해 왔던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