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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나뭇꾼의 일상

엄마의취향 2008. 10. 17. 21:35

 

#1

 

난방을 화목 보일러로 교체하고 나니

개 눈엔 뭐 밖에 안 보인다고 오며 가며 눈에 보이는거라고는 쓰러진  나무토막 뿐이다~

 

그제 부터 슬금슬금 주변의 나무를 끌어다가 잘라서 뒷 마당 한 귀퉁이에 채곡채곡 쌓아나갔다.

무겁고 뚱뚱한 토막은 한 겨울용으로 두고

작은 곁가지는 소일거리 삼아 불을 지피고...

 

나무를 자를 때 전기톱을 여러 번쓰니 톱 날이 무디어지고 시간도 오래 걸리길래

집에 있는 컷터기에 톱날을 사다 달았다.

재료가 텅스텐이라 비싸게 주고 사 왔지만 정말 날개를 단 것처럼 일이 빨라졌다.

 

나는 무슨 일을 해도 그 일이 참 재미있다.

쌓아 놓는 재미.

불을 지피면 활활타면서 집이 따뜻해지니

맨날 춥다고 하시던 어머니도 창문을 열어 놓으시는 걸 보면 내 마음이 푸근해서 좋고...

 

단 한가지

내가 일을 할 때마다 팔짱 끼고 서서 잔소리하는 옆지기만 없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에~~~엥 하는 캇터기소리가 나니 궁금증을 못 참고 나와서 구경을 한다.

내가 모른 척 하고 나무를 잘라서 휙 던져놓으니 채곡채곡 쌓아주었다.

어제 잔소리 한다고  왕~~~하고 소리 지른게 쬐금 미안하더라~~

 

오늘 외출에서 돌아오면서

철물점에서 손도끼와 삼태기를 샀다.

" 아저씨~ 손 도끼 하고요~ 삼태기 주세요~"

아저씨가 손도끼를 이것 저것 보여주면서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하이 힐과 정장을 입은~ 정신은 멀쩡해 보이는 여자가 난데없이 손 도끼를 찾으니...

내가 먼저 말해 주었다.

" 아저씨 아궁이에 불을 지필려고 잔가지를 자를려고요~"

 

집으로 돌아와서 재를 삼태기에 담아 버리는데

" 아~쉬 왜 빨랑 안 추워지지? " 하는 간사한 마음이 들어왔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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